그 길은 멀고도 험준했습니다. 새로 개척된 교회라 가서 격려하고 믿음을 굳게 세워야 한다기에 나선 길이었습니다. 메콩강가 마을에서 산을 넘어 가야만 만나는 마을이었습니다. 전날 내린 비때문에 산길은 한걸음을 내딛기도 어려울 만큼 미끄러웠습니다. 그 길을 10시간이 넘도록 걸었습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를때는 숨이 목까지 차올라 한걸음도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오던 선교팀 다른 분들도 하나둘씩 지쳐 넘어지기 시작했습니다. 5분을 걸으면 10분을 쉬어야 하는 어려운 길이었습니다. 평상시 그토록 열심히 운동을 했다던 것이 이런 가파른 산길에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를 못했습니다.
산을 넘어가는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자 무엇보다 어렵게 하는게 물이었습니다. 5-6시간이면 될 줄 알고 작은 물통 하나씩 들고 출발했기 때문에 그 물은 이미 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몸은 천근만근 돌덩어리가 되었고 물은 다 떨어지고… 그야말로 최대의 고비를 맞게된 것입니다.
다행히 산꼭대기에서 화전을 하던 한 현지인 주민의 도움으로 어느쪽으로 가면 물이 있는지 정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다달아 보니 물은 이미 말라 물이 흘렀던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실망과 좌절로 몸은 더 무너져 내렸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야만 살 수있다고 이를 악물며 다음 능선을 넘었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물을 발견했습니다. 산비탈 작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깨끗한 물을 이런 곳에서 기대한다는 것은 사치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흙탕물이지만 대나무 통으로 네번을 들이키고 나서야 조금의 갈증이 가셨고 다시 살것 같았습니다. 가져온 빈 물통에도 그 흙탕물을 가득 담았습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4시간도 더 남았기 때문입니다.
물 한모금으로 힘을 충전하고 다시 나선 길이었지만 얼마못가 가져온 물이 다시 동나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땀을 쏟을대로 다 쏟았고 몸이 지친 탓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 더이상 어디에서도 물을 구할 수가 없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는 산너머로 지고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나면 곧바로 어둠이 찾아올 것입니다. 아직 남은 저 산등성이들을 무사히 넘어 가려면 어두워지기 전에 빠져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힘이 없습니다. 물을 마시지 못해 몸은 이미 적색 신호를 계속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저 산비탈에서 두명의 현지인 아이들이 걸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산너머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우리 옆에 다달은 아이들은 지나쳐 가지를 않고 우리 앞에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두손에 들고 있던 생수병을 내밀었습니다. 무슨 상황인지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전혀 기대했던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니 사역자가 너무 늦어지는 우리를 걱정해 아이들에게 물을 들려서 보냈던 것입니다.
그 생수의 맛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그 물을 마시며 눈물이 났습니다. 그냥 누구에게든 고맙고 기쁘다는 걸 표현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가슴이 터지도록 울먹이면서 물을 마셨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생수를 전달하려고 거의 두시간 가량을 걸어서 산을 올라 왔다고 했습니다. 그 수고가 우리를 살려낸 것입니다. 보잘것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수고때문에 죽어가던 우리가 살았고 이렇게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그 생수를 마시며 ‘육신을 살리는 물을 선물로 받은 기쁨도 이렇게 기쁜데 영혼의 생수를 선물로 받은 사람들은 얼마나 기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고생과 수고를 하며 잃어버린 영혼들을 찾아 다니는 것은 확실히 맞았습니다. 어딘가에 영혼의 생수가 없어서 죽어가는 그들이 있기에 잠시도 여유를 부릴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늦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죽어가던 그들이 영혼의 생수병을 들고 온 복음의 사역자를 만났을 때 기뻐할 모습만 상상해도 이 길을 쉬지않고 가야만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그냥 생수 한병 전달하러 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힘들고 고단하지만 그 누군가를 위해 이 길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