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넘나들며 전세계를 휩쓸 때 가장 힘들었던 사람들중의 하나는 알파 목사였을 것이다. 처음 바이러스 경보가 왔을때 그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말라리아로 매년 수도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에볼라 바이러스같은 온갖 전염병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염병이 하나 더 추가된다고 크게 변하는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복병은 전염병이 아니라 이동금지 명령이었다. 정부가 에볼라때 얼마나 놀랐던지 이번에는 통제를 정말 심하게 했다. 시장과 교회를 폐쇄하는 것은 물론 일하러 갈때도 무리지어 가지 못하게 했다. 성도 가정을 심방가는 것도 금지했고, 어떤 교회 활동도 해서는 안된다는 협박이 추장에게서 내려왔다.

이렇게 지독한 통제는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도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먹거리를 구할 수 없는 주민들은 날이 갈수록 예민해졌다. 알파 목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도들이 갖다 주던 식량이 없으니 당장 생계가 위협받았다. 아침마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 몇몇 주민들은 친척을 찾아 도시로 떠났고 마을은 공동묘지처럼 적막하게 변해갔다.

그렇게 3개월을 버텼다. 생존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더이상 견뎌낼 수가 없었다. 알파 목사에게도 결단이 필요했다. 마을을 떠나야 했다. 안그러면 가족이 죽을 것이다. 눈물뿌려 개척한 교회를 뒤에 두고 떠나야 하는 결단은 인생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가족을 데리고 친구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떠났다. 교통편이 모두 끊겼으니 걸어서 가야했다. 아무리 빨리 걸어도 15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이다.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이끌고 아프리카 정글을 끝도 없이 걸었다. 그동안 먹은것이 없으니 기운도 없고, 뜨거운 태양이 식구들을 다 말려버릴 기세였다. 아이들은 고통스럽게 울어댔다.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러웠지만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하며 저질렀던 죄는 범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견뎠다고 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도시에 도착해야 하기에 고통스런 행진을 계속했다. 저녁이 가까워 지고 아직 가야할 길은 한참 남은 어느 언덕길에서 그는 전화를 받았다. 이 지역의 선교 책임자였다. “알파, 내일 아침에 어디 가지 마시오. 지금 근처 도시에 막 도착했는데 내일 아침까지는 그 마을에 도착할거요. 그리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는 분들이 긴급 후원금을 보내와서 갖고 갑니다.”

그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가족들도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토록 기도해도 묵묵부답이던 하나님께서 이제서야 귀를 여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울고있는 가족앞에 오토바이 한대가 다가와 섰다. 오토바이 운전사는 인적도 없는 정글 한복판에서 왜 가족이 이렇고 울고 있나 의아했을 것이다. 알파 목사가 감정을 추스르고 오토바이 운전사에게 그간의 일들을 간단히 설명했다. 오토바이 운전사도 이야기를 듣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리고 마을까지 태워다 주겠다며 시동을 걸었다.

마을로 가는동안 운전사는 자기 이야기를 했다. 배달업을 하던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이 없어지고 하루하루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들이 너무 힘들어 오늘은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이라고 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왜 가는지도 모르고 오토바이를 여기까지 몰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보니 알파 목사의 하나님이 자기를 여기로 보낸것 같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얼마전에 알파 목사와 통화를 하는데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를 보았어요. 우리 가족 살리겠다고 후원금을 보내 준 지구 저편의 이름도 모르는 어느 후원자, 정글 한복판에 우리 가족 실어 오려고 왔던 아무 계획없이 거기까지 왔던 오토바이 운전사, 교회를 떠나던 길 위에서 전화를 해준 선교 책임자. 그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들이었어요.’